친구는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들 하니까...
의아하다는 듯 가만히 미래 바라본다. 가볍게 웃음 터뜨렸다. 어이구, 짧은 감탄사와 함께 머리 헝클이고,
하하, 그런 습관 없는 걸! 사실이니까 말이지. 딱밤 오백 대는 참아 줘... 다시끔 웃음.
우리 미래, 늘 나를 너무 좋게만 봐주고 있잖아. 난 생각보다 그렇게 근사한 사람이 못 돼. 미래가 나를 골라준다는 건 고맙지만, 그러면 안 된다는 거. 알고 있지? 우리는... ...군인이잖아!
마음을 먼저 봐 줘. 네 마음 상할 짓 하지 말고. 그런 것 들 보다는, 마음을... 숨 쉬듯이 챙기던 단어를 버리라 방금 제 입으로 말했다. 고작 습관 하나 가리겠다고. 멍해지는 기분에 미래 머리에 손 얹은 채 한참을 가만히.
물론이지. 진심일 리 없어. 다들 너무 힘들어서, 너무 속이 상해서 잠깐 유미래를 잊은 거야. 미래가 얼마나 소중했던 사람인지. 그러니까 상처 받지 마. 약속해.
다정히 마주본다. 눈에 비춰지는 13살의 네가 선연하다. 자연스레 나오는 어린 아이를 달래는 투. 우리는 친구잖아, 난 아직도 처음 만났을 때와 네가 다름 없어 보여. 또 속으로 앓다가 네 마음을 덮어주는 말을 듣고 나서야, 그제서야 눈물을 글썽이는 어린애가 내 앞에 서 있는 거면 어떡해... 또 그만큼 속이 곪아 있으면 어떡해.
잔소리를 해도 안 듣는 얘를 어쩌면 좋담! 그래, 나도 한 번 양보한 셈 칠게. 딱 이번 한 번 만이야. 난 미래가 어리광 부리는 걸 좋아하니까.
네가 무슨 마음으로, 무슨 각오로 저 애들을 봤을지. 나는 네가 이야기 해 주기 전까지는 몰라.
...어떡할지 고민하지 마. 미래가 날 두고 갈 리 없는 것 만큼, 내가 미래를 두고 갈 리 없잖아.
영영 일어나지 않을 일이야.
고작 나 같은 사람을 신경쓰지 말고, 네 마음을 최우선으로 여겨. 거짓말쟁이 따위 몇 번이든 되어주지.
그러니까, 부담 가지지 마.
너무 힘들어 하지 마.
나 때문에 겁 먹지 마...
나, 사실 지켜줄 자신이 없어. 전에 미래가 소중한 사람이 죽을 뻔 하니까, 마음이 너무 아프다 했잖아. 알고 있어.
그렇지만 나는 이기적이라, 영영 모른 채 하고 싶어서... 한 번 느꼈던 그 아픔을 너에게서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.
너무 무서워서...